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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30 [책] 사람풍경 (3)
五感의 方向2009.09.30 00:17
사람풍경 - 8점
김형경 지음/예담

  며칠 전 유럽 여행을 다녀온 형이 여행에 가져간 책이다. 책 제목도 그렇고 표지도 그렇고 상황도 그렇고 해서 여행 관련 책인가 해서 집어들었는데.. 표지에 써있는 대로 사람의 심리에 대한 책이다. 물론 여행이라는 양념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범위와 너무 달라서 초반엔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작가의 말에서도 언급했지만, 비전문가로서 사람의 심리,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프로이트, 융, 라캉을 넘나들면서 작가 자신이 깨우친 바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자신만의 깃대를 세우고 있다. 여행을 통해서 자신이 느꼈던 감정들, 심리 상태들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기존 분석을 토대로 자신의 색깔을 입혀 완성시킨다고 할까. 덕분에 전문적인 내용에 움츠러들 필요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만큼 정확한게 없다고 여러 번 말한다. 무의식, 사랑, 분노, 우울, 의존, 중독, 질투 등 대부분의 감정들이 유아기 시절 어머니와 나 사이의 관계로부터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격의 대부분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에 형성된다는 이야기도 어렴풋이 생각이 나면서 절로 긍정하게 된다. 순수하고 아무것도 단단하게 형성되지 않은 그 때에 느끼는 것들이 기준이 될테니. 거기에 절대자인 "어머니"마저 있으니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내용은 책의 전반부를 읽는 내내 불편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다. 사람의 성격이나 심리 상태, 인생관(까진 너무 오바인가)이 전부 유아기 때 형성된 것으로 결정되진 아닐텐데, 살아오면서 느꼈던 경험이나 트라우마 등도 큰 영향을 미칠텐데 너무 그 쪽으로만 치우쳤다고 할까. 중점인 것은 이해가 가는데 다른 여지가 없어서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이는 듯한 느낌을 조금 받기도 했다. "나"라는 존재가 내가 인식할 수 없는 때에 대부분 형성되었다니란 생각(...조금 과장인거 안다)까지 들면서 조금 언짢은 느낌? 뭐 그렇다고 그걸 부정하는 건 아니고.. 어린애의 억지? ㅋ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조금은 익힌 것 같다. 감정에 휩싸여서 나도 모르게 마구 나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공대생스럽게 분석하고 인과 관계를 따짐으로써 다스릴 줄 알게 되었다고 할까? 밤만 되면 혹은 술만 마시면 더더욱 심해지는데, 그 때에도 이런 프로세스를 거칠 이성이 남아있었으면 한다. ㅎ

  책의 마지막 챕터인 "자기 실현"에서 아래와 같은 문단이 있다.
  종교는 대표적인 의존 대상이고 심하면 중도 을 일으킬 수도 있는 '인민의 아편'이기는 하다. 모든 것을 덮어놓고 믿으라는 어떤 신앙적 태도는 정신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들어가는 정신분석적 태도와 배치되는 면도 있다. 그러나 종교와 분석 치료는 다르지 않다고 한다. 모든 심리 치료자들은 분석 치료와 종교적 믿음을 병행할 것을 권한다. 만약 종교가 제 기능을 한다면 정신분석이나 심리학이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기독교나 가톨릭에서 상담심리학이 발달한 이유도 같은 맥락의 일일 것이다. 분석 치료가 끝난 후 다름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종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종교는 자기 실현을 이룰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절대자를 향해 자신을 낮추는 행위를 통해 가장 먼저 나르시시즘을 극복하게 된다. 또한 용기, 승화, 공감, 지지 등 많은 긍정적인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는 매개가 된다. 진정한 자신의 내면과 닿은 다음 정신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도, 존재의 영속성을 인식하는 데도 종교만큼 든든한 '빽'이 없다.(후략)
  내가 왜 종교를 믿고 있는 가에 대한 이성적인 대답을 간단하게 너무 잘 정리해주신 것 같아 감명을 받았다. 솔직히 종교라는 '빽'이 없었다면 그 험난하고 충격적이었던 어린 시절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밖이 시끄럽고 두려울 때 방에 쳐박혀 울면서 두 손 모아 기도하지 않았더라면, 앰뷸런스 소리가 울려 퍼지고 구급대원들이 분주하게 뛰어 다니는 거실을 바라볼 때 주님을 찾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삐뚤어지고 추악한 인격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Posted by 飛烏